데이터로 다시 읽는 조선시대 양반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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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일기:

데이터로 다시 읽는 조선시대 양반의 일상


본 연구는 조선시대 양반의 생활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윤이후의 『지암일기』를 해독 번역한 내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해석하고 편찬하는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였습니다. 아날로그 미디어인 고문헌 자료의 내용을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내는 과정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역사학 연구 방법론의 실제에 다가서고 향후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학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발굴된 다량의 조선시대 일기와 고문서 등 생활사 자료를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표준적인 디지털 인문학 연구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탐색을 전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과거 인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와 얽힌 정보들을 복합적 연계망을 통해 탐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전 자료가 디지털 환경에서 현대적으로 재매개화(remediation)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그로부터 새로운 차원의 인문학 연구의 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1636년에 태어나 1699년에 죽었으며, 본관은 해남(海南), 자는 재경(載卿), 호는 지암(支菴)입니다. 고선 윤선도(尹善道)의 손자이자 공재 윤두서(尹斗緖)의 생부입니다. 1679년 사마시에 입격해 생원(生員)이 되었고, 1689년 증광시에 급제해 중앙관직에 나아갔습니다.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 병조좌랑(兵曺佐郞), 선혜청랑(宣惠廳郞),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에 제수되었으며, 1691년 함평현감(咸平縣監)을 1년 여 역임한 뒤 1692년 고향 해남으로 내려와 은거하였습니다. 이로부터 1699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약 8년간 고향에서 은퇴생활을 하며 기록한 문헌이 『지암일기(支菴日記)』입니다.

『지암일기』는 1692년부터 1699년까지 약 95개월간의 은퇴한 양반 윤이후의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간척, 농사, 어로, 수렵, 노비, 날씨, 교유, 여행, 통신, 정치, 유배, 경제, 문예, 음악, 미술, 건축, 조경, 원예, 풍수, 점술, 의약 등 전통시대 양반이 영위했던 다양한 생활 정보를 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같이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전통시기 생활 정보는 역사 지식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초 대상으로 삼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 ‘사건’, ‘공간’ 정보를 대표 항목으로 삼아 데이터베이스를 편찬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시각화를 구현할 경우, 아날로그 연구 환경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